'평범한 골퍼와 위대한 골퍼를 가름하는 것은 경기의 능력보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잭 니클로스, 타이거 우즈와 함께 골프계 3대 전설로 꼽히는 아놀드 파머의 말입니다.

움직임 하나, 하나에 공이 달라지고 경기의 흐름이 달라지는 골프에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하지만 본디 감정이 있기에 인간인 것처럼,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요.

골프의 세계에서는 이럴 때 골퍼에게 평정심을 찾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언제나 골퍼와 함께 필드를 누비는 캐디이죠.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이 중요한

골프에서 캐디와 선수의 궁합은 경기를 풀어가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긴 승부의 여정을 함께 하는 동반자로서, 캐디는 프로에게 기술적, 정신적으로 선수를 받쳐주는
프로 골퍼에게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프로들은
제일 먼저 캐디를 껴안는데, 그 우승이 캐디와의 공동 작품임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캐디와의 호흡이 어떤지에 따라 경기 결과는 확연히 달라지는 데요.
오늘은 이처럼 함께 필드 위를 누비며 현직 골퍼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캐디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죠.

인생의 동반자를 찾듯, 자신에게 꼭 맞는 캐디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 번 찾은 최고의 짝은 평생토록 이어지죠. 골프계 3대 전설 중 또 다른 한 명,
잭 니클로스는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캐디 윌리 피터슨과 무려 23년을 함께했습니다.
1959년부터 82년 은퇴할 때까지 피터슨은 니클로스와 함께 마스터스 대회 5승을 일궈내
‘최고의 캐디’로 꼽히기도 했죠. 비행기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골퍼 페인 스튜어트와
12년간 호흡을 맞췄던 캐디 마이크 힉스는 스튜어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이후
다른 누구의 백도 메지 않겠다는 결심을 할 정도로 그들의 인연은 쉽사리 끊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캐디 제프 메들린을 백혈병으로 잃었던 닉 프이스는 심지어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라고 말할 만큼 충격을 받아, 그대로 성적이 곤두박질 쳤습니다.

그렇다면 골프황제라 불리는 타이거 우즈의 캐디는 어떨까요. 1997년 겨우 여섯 번의 라운드 경험밖에 없었던

그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옆에 백발의 노장 캐디, 마이크 코완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캐디의 역량이 곧 골퍼의 역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였죠.
이후 1999년부터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는 우즈의 두 번째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그의 개인적인
취미생활까지 우즈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라고 합니다.

반면 운명의 짝을 만나지 못해 고생하는 골퍼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골프 영웅 최경주는
안타깝게도 한동안 지독히도 캐디 운이 없던 선수였는데요. 불성실하고 기술이 부족한 캐디 때문에
골머리를 앓으면서 캐디를 가장 많이 바꾼 선수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캐디 크로저를 만난 이후 달라졌는데요. 2003년 9월 독일 린데저먼 마스터즈에서
둘의 첫 만남은 곧바로 우승으로 이어졌죠.
골퍼 펄 신 역시 캐디 복이 없는 선수입니다. 선수보다 먼저 대회장에 나와 있어야 할 캐디가
툭하면 늦는 데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선수에게 가버리는 배신까지 당해야 했죠.
그런데 펄 신을 배신했던 캐디 라이오닐 매티척이 간 사람은 바로 김미현 선수였는데요.
이 대문에 펄 신과 김미현 선수와의 관계가 한동안 불편해졌다고 하네요.

한국 여자 골퍼들과 가장 인연이 많은 캐디는 콜린 칸입니다. 콜린 칸은 박지은 선수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내 월급은 필요 없으니 당분간 함께 지내면서 자신을 테스트해 보라는 당돌한 제안을 했죠.
이후 호흡을 맞춘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지은은 우승을 거머쥐게 됩니다.
박지은 선수와 결별한 이후에는 박세리 선수에게 러브콜을 보냈는데요. 박세리는 콜린 칸과 함께
2001년부터 2004년까지 14승의 대승을 이루는 전성기를 보내게 됐었죠.
하지만 박세리가 슬럼프에 빠지자 슬그머니 발을 빼고 다른 골퍼의 캐디로 등장해 박세리 선수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