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만나며 느끼는 감정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나면 기분 좋고 감동이 느껴지는 사람, 아무런 감흥 없이 무덤덤한 사람, 만나고 돌아서면 공연히 뒤끝이 씁쓸한 사람이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라운드 내내 미소가 넘치는 분위기로 이끌어주는 동반자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골프 동반자보다 분위기의 상당부분을 캐디가 좌우하기도 한다. 그래서 행복한 골프를 위한 4대 요소로 좋은 날씨, 좋은 골프장, 좋은 친구 그리고 좋은 캐디라고 했는지 모른다.
사실 골프에서 골퍼들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조건 중 하나가 캐디다. 날씨는 일기예보로 알 수 있고, 골프장이나 친구는 선택하면 되지만 캐디는 그날, 그 시간, 그 골프장에서 누구를 만날지 전혀 예상을 할 수 없다. 그러기에 소심한 골퍼는 라운드 전날 밤 ‘내일 좋은 캐디를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한다는 우스개소리가 생겼나 보다.
골프 라운드에서 캐디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5시간 가까이 함께 운동을 하는 동안 캐디와 골퍼 사이의 접점은 수 없이 많다. 티잉그라운드에서부터 홀아웃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골프는 캐디문화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에 더 그렇다. 거리를 계산할 때, 클럽을 선택할 때, 그리고 퍼팅 라인을 읽을 때도 캐디는 절대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골퍼들 가운데는 좋은 캐디를 만나는 것은 좋은 스코어를 위해 절대 요소 중 하나라고까지 한다.
좋은 캐디는 어떤 캐디일까?
얼굴이 예쁜 캐디도, 몸매가 날씬한 캐디도, 경력이 오래되어 거리를, 퍼팅 라인을 정확히 알려주는 캐디도 아니다. 좋은 캐디는 골퍼들이 기분 좋게 즐겁게 라운드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캐디다. 만나서 즐겁고, 접점 때마다 기분이 업 되고, 좋은 기를 받을 수 있는 캐디가 정말 좋은 캐디다. 일정한 보수를 받기에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의무적인 마음보다, 같이 운동하는 동반자로서 골퍼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줄 아는 캐디야 말로 정말 골퍼들이 좋아하는 캐디다.
요즘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캐디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한때 골프장에서 일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며 골프에 관한 기초 지식을 배우고 까다로운 면접을 거쳐야 했지만 지금은 면접이 많이까다롭지않다고 한다.
우리나라 골퍼들은 캐디가 있어야만 플레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캐디 문화에 익숙해 있다. 처음 골프를 배울 때부터 캐디 없이 라운드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클럽 선택이나 공을 닦고 퍼팅 라인을 읽는 것까지 모두 캐디가 해주는 것으로 생각할 정도다. 그렇기에 초보 골퍼일수록 플레이하는 동안 분위기가 캐디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다.
캐디가 지금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존재가 되면 골퍼는 적지않은 비용을 주면서도 정당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캐디의 눈치를 살펴야 할지도 모른다. 골퍼들은 지금부터라도 자기 나름대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이 좋겠다. 캐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조금씩 자신의 플레이를 스스로 이끌어 나가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더불어 캐디들도 귀하게 대접 받고 일할 골프장이 많다고 해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골퍼들에게 늘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로 인해 동반자들의 기분이 좋아지고 즐거운 골프를 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나 자신이 행복한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